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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억제만으론 집값 못잡는다”…국내외 전문가들 “공급 지속 확대” 한목소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세제 강화나 재건축 규제 등의 투기억제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투기억제 대책이 남발되면서 ‘면역 효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는데다 오히려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므로 지속적인 주택 공급 확대가 가장 바람직한 투기억제책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거안정과 주택정책’이라는 주제로 2∼3일 개최하는 국제회의에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1일 미리 배포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올들어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며 양도세·보유세 강화 등 각종 투기억제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격안정대책’이라는 논문을 통해 2001년 말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양도세?재산세 강화 및 재건축 억제 등 수많은 투기억제책을 발표했지만 이 조치들이 일시적인 집값 안정에는 기여했으나 장기적인 가격안정 효과를 낼지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김 교수는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집값 상승에 미친 부문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1인당 국민총생산(GDP)과 채권수익률의 기여율은 각각 27.9%,15.7%인데 비해 ‘상승 기대 주택가격’(앞으로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기대 수익률)은 54.3%로 아주 높게 기여했다. 소득 증가나 채권값 하락에 따른 대체투자 등 정상적 수요보다는 투기 수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 공급 부문(주택건설허가면적)은 집값 상승 기여율이 -19.3%였다.
김 교수는 “이 기간 중 투기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은 결국 정부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려 70여 가지 조치들이 발표돼 투기꾼들이 정부 조치에 ‘면역’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기 수요는 저금리 정책과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 등 정부가 투기 환경을 조성한 면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세금을 올리는 식의 투기억제책은 주택 공급 자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투기억제 및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에 일부 거품(버블)이 있지만 정도가 심하지는 않고,주택 공급 부족은 아직도 심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일본이 겪은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전 왁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역시 “수요 억제 정책보다는 주택 공급이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용 팡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는 “주택 소유에 초점을 맞춘 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을 위한 임대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정책도 실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기억제만으론 집값 못잡는다”…국내외 전문가들 “공급 지속 확대” 한목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