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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싸구려 인식 바꾼다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난 한행수 사장(59)은 요즘 어딜가나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란 말을 달고 다닌다. 특히 주택이 계층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고 말할 때는 마치 ‘민주투사’처럼 사자후를 토한다. “임대아파트가 일반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있다는 이유로 없던 울타리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입주민 자녀의 경우 5분 걸릴 등굣길이 20분이 넘게 걸리고 있어요. 만일 내 자식이 그런 대우를 받는다면 난 가슴에 비수를 꽂고 죽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임대아파트를 확 바꿀 겁니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싸구려 아파트’라는 임대아파트 이미지를 없애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 때문에 그는 취임하자마자 중대형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주공아파트를 첨단 정보기술(IT) 설비를 갖춘 아파트로 만들어 재택근무가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삼성·현대·대우 등 민간 건설업체가 짓는 아파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내부마감재와 인테리어 수준도 올릴 방침이다. 녹지공간을 늘리고 단지배치도 개선해 싸고 질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계층간 갈등을 오히려 주거시설로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를 섞어 짓는 등 자연스럽게 ‘사회적 혼합(Social Mix)’을 이룰 방법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삼성건설 주택사업본부 부사장,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대표이사 등 민간 건설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공기업인 주공의 기업문화도 혁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전임 사장 두 분이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지금도 주공에 대한 외부의 편견이 많습니다. 나 스스로 돈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데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앞으로 일체의 경조사비나 후원회비 등 사적인 경비는 회삿돈이 아닌 개인돈으로 해결할 겁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새로 은행 계좌를 만들어 퇴직금 등 사비 2억원을 예치시켰다. 갑작스런 ‘돈 요구’에 부인에게 “자기돈까지 들여가며 사장을 해야 하느냐”고 핀잔도 들었지만 결심은 확고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에도 불만이 많다.
“민간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이 CEO에게 맡겨져 있고 성과를 가지고 평가받아요. 그러나 공기업은 절차나 규정을 중시해 CEO의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CEO로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죠. 앞으로 관계기관을 설득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경영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공기업 기준을 정립해 나갈 겁니다.”
그는 기업조직과 인사체계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민간기업에서 20~30년전에나 쓰던 평가관리시스템으로 거대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주택도시연구원장직 등 주요 임원직을 공모를 통해 임명하게 될 겁니다. 급여도 성과에 따라 지급하도록 개선되고요. 처·실단위까지 밖에 구축되지 않은 성과목표도 개인까지 확대할 겁니다. 지금까지 청탁성 인사관련 얘기가 수없이 들어왔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있어야 외부에 당당해집니다.”
그의 이런 계획들은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게 주변의 평가다. 한번 결심을 했으면 어떻게든 일을 추진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출신이지만 전혀 ‘삼성맨’답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중공업 사장 시절인 1999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쉐르빌’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외환위기로 주택시장이 극도로 얼어있던 상황에서 초대형 고급아파트가 시장에 먹혀 들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주거시설의 수요는 분명히 있다고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그룹 내에도 이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주공의 지방이전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사업이 많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충청권, 또는 고속철도 주변에 입지를 물색하고 있다.
연내 검토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초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직원의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당위성을 계속 설득해나갈 생각이다.
그는 “국가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필요하고 이것이 대세라면 다른 기관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잠을 못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목표를 정하기 위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한번 생각에 빠져들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에서 제가 저돌적이라고 하지만 일의 목표를 세우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강구한다”면서 “주공을 대내외적인 혁신을 통해 주거안정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