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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얼어붙는 지방 주택시장
발길 끊긴 모델하우스 "이젠 집구경도 안와요"
분양시장 급랭하자 일부업체 공급시기 늦춰
지난 6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현장. 국내 유명 건설회사가 마련한 모델하우스였지만, 전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냉기마저 감돌았다. 200평이 넘는 전시장에 관람객은 채 10명이 안됐고 ‘선착순 분양’ 이란 팻말만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이 곳에서 1㎞쯤 떨어진 또 다른 아파트 모델하우스 역시 널찍하게 마련된 주차장은 거의 비었고,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팸플릿(소개책자)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연일 엄포를 놓는 바람에 지방의 실수요자들까지 발길을 뚝 끊었다”고 말했다.
과열 우려를 낳았던 지방 분양시장이 이번에는 실수요자들까지 청약을 꺼릴 정도로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두 달 전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최고 50대1을 웃돌았으나, 최근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권 가격도 당초 분양가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A아파트는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지난 6월 분양한 또 다른 B아파트도 분양가보다 최고 2000만원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도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자가 찾은 대구 달서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사무실에선 간부들이 모여 사업이 무산될까 걱정하고 있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후(後)분양제를 도입, 주민들의 추가 부담금이 당초 시공사의 제시 금액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조합 간부는 “건설회사들이 건축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이 늘어난 만큼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주민들의 동요가 크다”며 “정부가 서울 강남과 노후주택이 많은 지방을 같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의 재건축 추진 단지 중 10여개가 이같은 어려움에 처했으며 대부분 1000~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지방 시장에 끼었던 거품이 일부 꺼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마저 움츠릴 정도로 분양률이 떨어지고 재건축 사업도 난항을 겪음에 따라 일각에서는 내년부터는 건설경기, 더나아가 지역 전체 경기도 다시 냉각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주택 건설이 하청업체 고용, 일용직 근로자 채용, 가전·가구·생활용품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구상공회의소 임병호 조사부장은 “지방 도시는 수도권에 비해 산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건설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2001년 하반기부터 소비가 다시 살아난 것은 이 시기부터 주택 분양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지방 대도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분양에 나섰던 8~9개 주택업체 중 상당수가 미분양으로 고전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12월 분양 예정으로 모델하우스까지 지었다가 부랴부랴 내년으로 공급 시기를 늦췄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는 “주택 시장도 부침(浮沈)이 있기 마련이고 부동산 투기도 분명 단속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하지 않고, 시장 자체를 인위적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정책을 계속 내놓는다면 지방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